무기거래와 부패

앤드류 파인스타인

국제 무기거래는 수십억 달러의 이윤과 함께 수많은 사상자를 낳는 사업이다. 무역에서 발생하는 부패의 40퍼 트를 차지하는, 가장 파괴적인 부문이라 할 수 있다. 무기거래는 정부 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 전쟁을 교보다 우선순위로 삼게 만들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무기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게 만든다. 쟁과 탄압을 지속, 격화시킬 뿐만 아니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의 군사비 지출은 2014년 현재 1조 7,7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세계 인구 1인당 250달러 이상을 군사비로 쓰는 셈이다. 2013년에 비해서는 0.4퍼센트 줄었고, 세계 GDP의 2.3퍼센트에 해당한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2014년 군사비 지출은 전년대비 5퍼센트 증가했고, 2005년과 비교하면 62퍼센트 증 해 4,39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세계 군사비 지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 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 10위로, 전년 대비 2.6퍼센트 증가했다. 일본은 9위에 올랐다. 

 

세계 금융위기가 지속된 2007~2012년 사이에도 군사비 지출은 24퍼센트 증가했다. 그리스는 독일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패한 계약 두 건을 체결한 나머지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소

무기거래의 규모는 연간 최소 85억 달러에 달한다. 그 파괴적 영향은 단순히 숫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크다.

세계의 폭력에 의한 사망 중 매년 52만 6000건은 전쟁과 살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대부분 소형 기가 사용된다. 

국제 무기거래는 국방의 중요한 요소이자 외교정책의 수단이고, 과장된 경우가 많지만 경제에도 어느 정도 기 한다. 하지만 무기거래는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세계에 또 다른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로 분쟁과 탄압의 유발,격화, 지속, 그리고 민주주의의 후퇴다. 무기거래는 공식적 무역부터 내가 ‘어둠의 세계Shadow World’라고 부르는 그레이마켓, 블랙마켓까지 법적,  리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이루어진다. 

현실에서 이러한 영역간의 경계는 흐릿하다. 공식적 무역과 암거래는 서로 의존하며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물과 부패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중개인이나 중개업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무기거래에서 불법이 전혀  는 경우는 극소수다. 대규모 방위산업체와 정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기거래업체 상당수는 그레이마켓과 랙마켓에서도 활동한다. 

조 로버Joe Roeber의 추정에 따르면 세계 무역에서 발생하는 부패의 40퍼센트 가량은 무기거래에서 발생한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의 부패에 관한 5년간의 연구 결과 방위산업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무기거래가 부패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로버는 무기거래가 태생적으로 부패하는 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구조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계약 금액은 엄청나게 큰데, 의사결정은 국가안보라는 미명 하에 비밀주의의 장막 뒤에서 소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조건이다. 

이와 같은 부패와 그 은폐로 인해 무기수출국과 수입국에서는 민주적 제도와 법치주의가 후퇴하고, 불안정한  가의 상황이 악화되며, 사회경제적 발전 측면에서 커다란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심지어 무기 구입이 강화한다는 국가안보가 오히려 저해되는 경우도 있다. 무기거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 중 하나는 ‘회전문 인사’다. 회전문 인사란 정부, 정치권, 군, 정보기관, 방위산업체의 주요 직책을 같은 사람이 돌아가며 맡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정부는 외교보다 전쟁을 선호하게 되고, 외교정책과 경제정책에서도  사결정이 왜곡된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방위산업체, 무기거래업체, 정당의 커넥션이다. 무기거 가 정치자금 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안보 엘리트’는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신의 배를 불리지만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법적 평행우주’에서 살아간다. 우리의 집계에 따르면 유엔의 무기금수조치반행위 502건 중 법적 조치가 취해진 것은 2건이며, 유죄로 인정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방위산업의 실태를 직접 목격했다. 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거래로 인해 갓 태어난 민주주의가 심대한 타격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내가 소속된 아프리카민족회의를 비롯해 거물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이 총 3억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

아시아는 국제 무기거래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서 큰 고통을 겪어왔다. 무기를 생산하는 북반구 국가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무기 수요를 창출하는 수많은 전쟁이 아시아에서 일어났다. 국내적으로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권 주의 정권과 군사독재를 겪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자리를 잡아 수입국의 필요를 훨씬 넘어서는 무기 구매가 이루어지면서 국내 무기산업이 호황을 누렸다.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다른 나라들의 지출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다. 미국의 무기사업은 방위산업체, 로비 트, 의회, 백악관, 국방부가 서로 뒤를 봐주는 순환고리를 바탕으로 한다(2010년 은퇴한 정부 고위급 관료의 8 퍼센트가 자신이 재직하면서 계약을 맺었던 업체들의 고위급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합법적 뇌물공여 체계는 끝없는 전쟁과 쿠데타를 유발하고 수입국의 국가기구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 예산의 엄청난 낭비라는 피해를 낳는다. F-35 전투기가 대표적 사례다. F-35 구매를 위해 미국 국민들이  담해야 할 비용은 1조 달러에 달하지만, F-35는 미국이 현재 개입한 분쟁은 물론 앞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은 분쟁에도 전혀 쓸모가 없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 정부에 미국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가해진 사건이 있다. 한국은 입 에 참여한 제품 중 상대적으로 비싸고 성능이 떨어지는 미국 전투기 구매에 45억 달러를 사용했다. 당시 미국은 자국 전투기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지지를 철회하고 다양한 군사기술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분 히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이 자신의 국제적 지위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반 과 분쟁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무기제조업체도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독일의 페로스탈Ferrostaal은 16개국에 총 11억 유로 이상의  물을 뿌렸다. 그 중 4,200만 유로는 뇌물공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고 고위급 정치인들과 긴밀한 사이로 알려진 한국의 중개업자에게 돌아갔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방위산업은 국내시장보다 해외수출, 특히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한국의 무기수출은 200 년 1억 4,400만 달러에서 36억 달러 규모로 증가했고, 최근 5년간 연평균 31퍼센트 성장했다. 미국과의 기술 력을 바탕으로 촉진된 무기수출 확대는 아시아의 불안정성 심화와 군사주의적 사고의 고착에 기여했다. 한국이 무기를 수출한 나라를 몇 개만 언급하자면, 분쟁으로 몸살을 앓는 이라크, 불안정한 인도네시아, 전쟁중인 터키, 인권침해로 잘 알려진 아제르바이잔 등이 있다. 

무기판매는 판매된 무기가 다시 판매자를 향하는 ‘역류blowback’ 현상을 낳는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무기 수요의 끝없는 증가와 분쟁의 확대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평화의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무기제조업체의  윤은 점점 늘어난다. 

무기거래 규제는 정치적 의지의 부재로 인해 놀랄 만큼 느슨한 수준이다. 우리는 정치적, 경제적 보이콧 운동과 시위, 직접행동을 통해 최대의 무기거래업자라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 의 상태가 변할 수 없다고 체념한다면 무기거래는 계속해서 세계의 빈곤, 부패, 위험을 증가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앤드류 파인스타인은 『어둠의 세계: 세계 무기거래의 내막The Shadow World: Inside the Global Arms Trade』을 썼다. 이 책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2016년 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프리카민족회 ANC 소속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현재 런던에 본부를 둔 영국부패감시기구Corruption Watch UK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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