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의 지정학과 군비경쟁: 제주해군기지를 중심으로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에는 남북한과 일본, 몽골이 있고, 중국 영토의 상당 부분과 러시아 영토의 일부분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사실상의 국가’인 대만도 지 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역외 국가이면서도 지정학적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동북아의 지정학에서 한반도는 각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구한말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 한반도의 분단, 한국전쟁과 정전체제를 거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민감성은 대단히 강해졌다. 일본과 미국 등 해양세력이 팽창하면 대륙세력인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를 해양세력의 확장을 저 할 완충지대로 삼으려 했다. 반면 대륙세력이 팽창하면 미국과 일본 내에선 한반도가 일본을 향해 뻗친 대륙의 칼이 될 것으로 우려하곤 했다.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 그리고 정전은 이러한 동북아 지정학의 비극적인 산물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비극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현재진행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민감성은 군사화를 유발하고 군사화는 또 다시 지정학적 위험성을 야기하는 약순환을 형성 고 있다. 군사화는 크게 두 가지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각국의 군비증강이다. 6자회담 참가국인 남북 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국의 군사비 합계는 전세계 군사비의 70%에 육박한다. 또 하나는 동맹이다.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개별적으로 강화하면서 한일간에도 군사관계를 만들어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 하려고 한다. 이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도 사실상의 동맹 관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제주해군기지이다. 올해 말에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면, 한국  군은 이를 전략기동함대의 모항으로 삼겠다고 한다. 미국은 미 해군의 기항지로 쓰겠다고 한다. 국가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놓고 국가가 강정마을 주민들과 상당수 국민들, 그리고 많은 국제사회의 인사들의 우려와 반대 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군사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해군기지가 완공되어 가동되면 제주도의 지정학적 민감성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 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제주도를 ‘전략적 요충지’로 간주한다는 것은 그 상대가 되는 중국에겐 ‘전략적 위협’이 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제주 해역은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안보적 심장부에 해당하는 서해의 관문에 해당된다. 한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와도 근접해 있다. 대만 해협 유사시 미국이 중국의 북해함대와 동해함대를 견제할 수 있는 중간 기지로서의 성격도 지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주해군기지는 미국과 중국의 해양 경쟁의 충돌 가능성을 품고 있다. 중국은 미국 및 그 동맹국이 중국 연안으로 개입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쿠릴열도-일본 본토-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에 이르는 제1 도련선(島련線)을 방어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핵심적인 국방전략인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Denial: A2/AD)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이 선 안에서는 미국과 그 동맹국의 해군 세력을 못 들어오게 하면서 오가사와라-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연결하는 제2 도련선까지 활동 영역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우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자신의 해군력 60%를 집중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주장하는 제1 도련선 안에 미군 기지와 기항지를 확 하려고 한다. 동남아에서는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등과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거나 기존 협정을 부활시켜 미 해군 기지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일본 교토 남부에 X-밴드 레이더를 배치했고, 오키나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도 불구하고 헤노코 기지 건설을 강행하려고 한다. 또한 괌을 전략기지화하고 있다. 


문제는 제주해군기지가 이러한 미중간의 패권경쟁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우선 제주해군기지는  국이 주장하는 제1 도련선 안에, 그것도 중국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중국의 핵심 해군전력의 출구에  들어지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제주해군기지를 기항지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국의 심장부에 가장 가까운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 오산공군기지, 군산공군기지에 이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를 쥐게 된다. 


이러한 지적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미 해군 장교인 데이비드 서치타(David J. Suchyta)는 2013년에 작 한 ‘제주해군기지: 동북아의 전략적 함의(Jeju Naval Base: Strategic Implications for Northeast Asia)’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제주해군기지는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과 중국의 무력 충돌 발생시 일본을 지원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동부  륙붕의 약 70%는 서해와 동중국해에 있다. 대만 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는  국 함정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은 남쪽으로 향하는 중국의 북해함대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동해함 의 측면을 공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서치타는 이러한 분석에 기초해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에게 커다란 유용성을 제공할 것”이고, 반대로 “제주기지 건설로 가장 위협을 받을 나라는 중국”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미국 정부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철저 게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잘 다뤄지지 않으면(미국이 제주 지를 사용할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는 의미-역자 주), 제주기지는 중국을 자극해 중국의 전략적 억제력을 증강하고 그 결과 동북아 군비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그러나 침묵이 깨지고 말았다. 2013년 9월부터 2015년 6월 초까지 주한 미 해군사령관을 지낸 리사 프란체티 준장이 8월 5일 이임식 자리에서 “미 해군은 한국의 남쪽 휴양지인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즉시 항해와 련을 목적으로 함선들을 보내기를 원한다”고 밝힌 것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면, 한국에겐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보수 언론은 제주해군기지가 중국에게 위협으로 간주되어 한중 관계는 물 이고 동아시아 평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근거 없다’고 일축해왔다. 그러나 미 해군 장교인 서치타의 보 서 내용은 이러한 비판과 거의 일치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이 기지가 건설되면 미국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정부와 군당국은 이 역시 일축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주한 미 해군사령관을 지낸 리사 프란 티 준장은 공개적으로 제주해군기지를 기항지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가 뒤늦게 정당 된 것 같아 씁쓸하다.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언론비평위원. 저서로는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 21세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동맹의 덫, 북핵, 대파국과 대타협의 분수령, 2003년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부시의 MD 상, 무엇을 노리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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