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여론핑계 그만두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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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여론핑계 그만두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12월 24일 국방부의 정례브리핑에서 병무청이 대전대학교 ‘진석용정책연구소’에 의뢰했던 연구용역결과의 발표가 있었다. 연구용역결과는 대체복무제도에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 편 국방부는 지난 7월에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대체복무제도의 시행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바 있어서 2007년 9월에 정부가 발표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가 전면 백지화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양심상의 이유로 군대를 갈 수 없어서 스스로 전과자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젊은이들이 해방이후 1만3천명에 달하며, 특히나 이 문제가 사회이슈로 부각된 2001년 이후에도 4800여 명의 젊은이들이 감옥으로 향했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의 권고라든지, 유엔인권이사회의 수차례에 걸친 권고, 미국무부의 ‘2008세계종교자유보고서’ 등 국내외에서 대체복무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국방부는 국민여론을 핑계로 스스로 약속한 대체복무에 대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이번 병무청의 용역연구결과에서는 비록 대체복무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설문조사도 많이 있었다. 병무청의 용역으로 진행된 지난 10월 국회공청회에서는 사회지도층의 80%이상이 대체복무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었고, 2008년 9월에 실시된 리얼미터와 961sample의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복무 찬성이 반대를 앞서기도 했었다(리얼미터 찬성44.3% 반대38.7%, 961sample 찬성 55.9% 반대38.9%). 이처럼 사회적으로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설문조사의 시기나 질문에 따라서 찬반이 뒤바뀌는 만큼 하나의 여론조사 사례가 정책결정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소수자 인권의 문제를 여론조사 등을 이용하여 해결하려는 방식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소수자는 사회의 보편적인 잣대와는 다른 생각이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수자인데, 보편성의 잣대로만 소수자들에 대해 판단하고 보편적인 기준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며 소수자들에게 거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 여론조사는 사람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하나의 유용한 수단일 뿐이지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국방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국방부는 더 이상 국민여론을 핑계삼아 대체복무제도를 백지화하려는 시도를 그만두고 2007년 9월에 국민과 약속한 대체복무제도 시행을 준비해야한다. 국민여론 형성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국민여론을 핑계삼는 것은 비겁한 변명일 뿐이고, 국방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방부가 어영부영하고 있는 사이에도 현재 450여명의 젊은이들이 평화에 대한 소박한 양심 때문에 감옥에 갇혀있고, 만약 국방부가 대체복무제도를 전면 백지화 하여 그동안 대체복무를 기다리며 입영을 연기해오거나 재판이 미뤄진 사람들이 감옥에 가게 되면 병역거부 수감자의 숫자는 1000명을 넘어서게 될 것이며 이는 국제사회의 크나큰 망신이 될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서 신뢰에 금이 간 국방부가 될 것인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노력을 통해서 떳떳한 국방부가 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기를 바란다.

2008년 12월 24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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